<강화 합일초등학교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인천 강화 합일초등학교의 수학여행은 특별하다. 6~8명씩 학생이 한 조를 이루어 서울 곳곳을 누빈다. 대개 수학여행이 교사가 짜놓은 코스와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이라면 합일초는 ‘자유여행’이다. 5학년, 6학년이 함께 한 조를 이루는 점도 이색적이다.
숙소를 제외하곤 모든 여행 일정을 짜는 일은 학생의 몫이다. 11월 6일~8일이 수학여행일이지만 8월 말부터 준비가 시작되는 이유다. 준비는 정규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교사들은 5학년 2학기와 6학년 1학기에 걸쳐 배우는 한국사(사회)를 비롯해 여러 교과를 엮어 재구성한다. 그러자 교과 수업도 활자보다 활동으로 생기를 얻는다.
수학여행지가 서울인 이유는 교육과정 연관, 편리한 대중교통, 숙박을 고려했다. 지난해까지는 종로구와 중구가 중심이었는데 올해는 용산구나 강남구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자유 수학여행을 경험한 6학년이 새로운 곳으로 관심을 넓혔기 때문이다.
▲ 도성박물관
첫 단계는 ‘사서’ 교사와의 수업으로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서울을 조사하며 여행지를 탐색한다. 이령금 학생(5학년)은 양재 시민의 숲 공원을 조사하고, 이희강 학생(5학년)은 서울타워의 케이블카를 사전 조사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양호열 학생(5학년)은 서울의 5대궁, 특히 덕수궁을 집중해서 살폈다. 박해담 학생(6학년)은 여러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이태원을 조사했다.
담당 교사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서울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 이동 시간과 교통편을 논의했다. 학생의 관심과 교과와 연관성도 이어준다. "첫날 일정이 빡빡해 보인다"는 교사의 말로 한 조는 오랜 의논 끝에 양재 시민의 숲을 둘째 날 일정으로 바꿨다. 합일초 학생들은 한 조에 6~8명씩 8개 조로 나뉘어 이런 방식으로 일정을 짜갔다.
▲ 이슬람 사원 - 다른 문화 체험하기
▲ 안중근 의사 기념관
▲ 서대문형무소
드디어 수학여행일, 무엇보다 길 찾기가 관건이다. 선생님을 뒤를 좇아가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로 같은 빌딩 숲과 복잡한 지하도에서 길을 잃기 일쑤다. 그때마다 선생님이 도와주시지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길도 찾고, 5학년 후배도 챙기는 6학년들의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다르다.
올해는 특별 미션도 있었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일이다. 낯선 외국인과 대화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곁에 친구들이 있어서 인지 53명 모두가 성공했다. 그날 저녁 숙소에서는 외국인과 대화에서 생긴 온갖 에피소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 윤봉길 기념관
▲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고 인증샷 남기기
수학여행의 마무리는 학교로 돌아온 다음날 이루어지는 ‘사후 발표회’다. 각 조마다 다양한 색깔의 수학여행 이야기가 한 자리에 모인다. 서로의 경험을 경청하고 성찰하는 일도 중요한 배움의 한 과정이다.
허민준 학생(5학년)은 “6학년 형, 누나들과 선생님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내년에는 우리가 이끌어야 하니까 더 잘해보고 싶어요.” 라고 마음을 다졌다. 박서은 학생(5학년)은 “글과 사진으로 미리 조사한 곳을 우리가 직접 찾아가니 더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종묘를 못가서 아쉬운데 내년에는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인천 혁신학교(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된 2015년부터 올해로 3년을 맞은 합일초등학교의 색다른 수학여행은 ‘배움중심 수업’이라는 철학이 스며있다. 배움은 학생 자신의 삶과 연결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때 시작된다. 타인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다양한 체험으로 더 깊이 배운다. 목표를 성취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던 경험으로도 새로운 배움을 얻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강화 합일초등학교는 초등 수학여행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