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의 주인공
4월 27일, 한반도에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10년 6개월 만에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김정은과 문재인이 판문점에서 만나 총 12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은 긴장 관계에 있던 남북을 평화 무드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회담이 끝난 이후 이날 논의된 내용들은 연일 화제가 되어 SNS에서 자주 회자되기도 하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김정은이 직접 공수하여 저녁 만찬으로 시식했다는 평양냉면이었다.
사진 출처: 오마이포토 4월 28일자 기사
5월 27일의 특별한 만찬
한달 후인 5월 27일 오후 2시, 북한과 가까운 군사 지역에서 특별한 만찬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북한과 불과 12km 떨어진 지역인 연평도의 고등학생들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마무리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그 유명한 ‘평양냉면’을 직접 요리하여 시식 행사를 진행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결성한 연평고 통일 동아리는 학부모 동아리와 협력하여 ‘동질성 회복을 위한 북한음식 만들기 체험’을 주최하였다.
연평도, 그리고 “남북회담”
연평도와 북한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지역과 불과 12km 남짓한 거리를 두고 떨어진 북한은 연평도 산 정상에서 육안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20세기 후반부터 북한의 도발에 시달린 지역이기도 하다. 1999년과 2002년에는 각각 제1차 연평해전, 제2차 연평해전으로 국군 장병들이 순국하였다.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 사태로 인해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고 한동안 망가진 삶의 터전을 복구하는데 힘을 써야하였다. 연평도의 주민들은 당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며, 노인 분들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 출처: 2010 국방 화보
남북정상회담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2018년 이전 남북한이 팽팽하게 대치했던 외교 관계 속에서 연평도는 포격 이후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남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종전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더 이상 ‘긴장’할 필요가 없어졌다. 북한의 무력 도발로 대피소를 찾아가거나, 어르신들이 공포감을 느낄 필요도 사라졌다. 4월 27일은 한반도의 평화는 작은 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평양냉면, 통일의 상징
학생들 또한 새로운 평화를 반겼다. 통일을 기원하며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연평고 학생 동아리는 이 점에 주목하여 북한과 뗄 수 없는 고장인 연평도에서 ‘북한음식’을 만들고 시식하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통일의 등장을 보편적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이자, 남북회담 이후 큰 주목을 받았던 ‘평양냉면’을 선택했다는 참신한 발상이 행사의 성공적 개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오후 2시, 남북정상회담의 만찬으로 나온 음식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며 행사를 시작하였다. 평양냉면을 중심으로 열무김치, 황해도 만두 등 한반도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낸 식탁이 학생들의 통일 염원을 잘 나타내어 준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까지 찾아와 같이 평양냉면을 시식하였고, 같은 민족의 음식을 맛본 그들은 “맛이 깔끔하다,” “SNS 페이지에서만 보던 음식을 직접 먹으니 놀랍고도 재밌다”라는 평을 남겼다. 유행어처럼 퍼졌던 화제의 음식은 비록 평양의 제면기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하나의 ‘상징’인 것이다. 4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이날 오후 6시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남북한의 만남은 한반도와 세계에 찾아온 흔하지 않은 기회이다. 현재 남북한은 5월 27일 2차 회담을 가질 정도로 접근하기 쉬운 외교 관계를 형성하였다. 2018년 이후 남북관계는 시민들에게서 좋은 호응을 받고 있으며, 통일과 미래 한국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일 동아리의 한 학생은 행사가 끝난 후 통일의 전망에 대해 “머지않아 모두가 평양 냉면을 먹을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남북한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미래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5월 27일, 연평도 학생들은 평양냉면을 통일의 상징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