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
아침 일찍 용산에서 출발해 임진강을 넘어 도라산역에 도착한 11명의 학생들을 맞이하는 이 문구가 벽면에 붙어 있었다. 그들이 이날 체험한 곳은 DMZ, 대한민국 최고의 안보관광지이다.
[생각의 확장]
학생들은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특별한 교육 경험이 필요하였다. 북한과 대한민국 간의 외교적 관계는 보도 매체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북한과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체험하고, 이를 해결하여 통일로 향하는 길을 터는 것으로 안보관을 확장해야함을 느꼈다. 이에 그들은 한 달 전부터 DMZ 방문을 계획하였고, 6월 중에 견학을 가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6월 9일 오전 12시 경, 연평고등학교 학생들은 마침내 DMZ 견학의 첫 출발지인 도라산역에 도착하였다.
[통일을 위한 체험학습]
학생들의 DMZ 코스는 버스를 탑승하고 도라산평화공원, 통일촌, 도라전망대, 제3땅굴을 견학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이 고려에게 항복한 후, 지금의 파주 지역에 거처하면서 경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경순왕은 신라와 경주를 그리워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도라’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일화라고 한다. 도라산 평화공원을 첫 지점으로, 학생들은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안보관광을 시작하였다.
[도라전망대, 그리고 외국인]
도라전망대에서 학생들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도라전망대는 민간인이 북한을 직접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서부전선 최북단을 지켰던 전망대이며 지금은 민간인에게 개방되어 개성시, 송악산 등 북한 영토를 망원경으로 견학할 수 있다. 불과 몇 km 떨어진 같은 민족의 땅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다. 학생들은 “북한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라며, “통일이 되면 망원경으로 지켜본 곳을 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현하였다. 바다 건너로 보는 북한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서로 토의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인터뷰를 하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적인 표출하였다. 연평고 송재원 학생(18), 연평고 한원규 학생(19) 그리고 본 기자는 동행하던 외국인에게 안보관광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하였다.
Q. 어떤 이유로 DMZ 안보관광을 알게 되었나요?
A.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저와 같은 친구들과 함께 미국에서부터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방문 일정 중 DMZ 안보관광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친구들과 견학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Q. 그렇다면 평소에 남북관계를 알고 계셨나요? 만약 알고 있다면, 지금 남북관계 상황은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A. 최근 미국에서도 북한과 남한의 관계에 대한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두 국가가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남북관계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Q. DMZ 안보관광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감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A. 제 거주지인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등 어떤 주변국과 적대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 분단이라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 와서 보니 가까운데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입니다. 또한 분단 관계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은 외국인과의 교류를 통해 해외에서는 남북관계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는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할 수 없는, DMZ만의 특별한 통일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평화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하였다.
[다시 남쪽으로]
연평고등학교 학생들은 4시간의 DMZ 견학이 준 교훈을 곱씹으며 ‘평양방면’이라고 적혀있지만 평양으로 가지 못하는 전철을 탑승하였다. 연평도 포격을 직접 경험한 학생들에게, 평화통일은 진정한 평화로 이르는 길이다. 한 학생은 “뉴스로만 접하는 통일은 그때만 잠깐 기쁠 뿐이지만, 북한을 직접 보는 비무장지대 견학은 우리가 스스로 통일 후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며 지금이라도 갈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말하였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평화통일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6월 9일의 DMZ는 연평도의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