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경기 주심이 양 손가락으로 크게 네모를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면 전 세계 축구 팬들은 TV에 시선을 더 고정해야 한다. 판정이 뒤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심의 이 제스처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방송센터(IBC)에 있는 비디오 심판(VAR·Video Assistant Referee)의 판정을 요청하는 신호다. 주심이 득점과 페널티킥 선언, 선수 퇴장 통보에 실수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판정 대상 선수를 오인했을 경우 VAR 판정을 요청할 수 있다. 월드컵에선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기술이다. 재미있는 것은 12개 경기장, 64개 경기에 대한 VAR 판정을 각 경기장이 아닌 모스크바에 있는 IBC가 모두 총괄한다는 점이다. 4명 1조(組)의 비디오 심판이 멀게는 1400여㎞ 떨어진 경기장에 설치된 37대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장면을 분석해 판정한다.
러시아월드컵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경기장이 배치돼 경기장 간 거리가 매우 멀다.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볼고그라드, 소치 등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총 64경기가 열린다. 가령 예카테린부르크와 모스크바는 직선 거리로 1417km이고 기차 편도로 약 27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각 경기장의 상황은 모스크바 IBC가 총괄한다. 경기장에는 그라운드와 관중석, 공중(空中)에 카메라 19대를 설치하고 여기에 매우 정밀하게 장면을 포착하는 고속 카메라 14대, 초고화질 카메라 2대, 오프사이드 촬영 전용 카메라 2대가 추가로 들어간다. 주심이 VAR을 요청하면 모스크바 IBC에 있는 VAR 심판 4명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해 경기장의 주심에게 통보하면 주심이 최종 판정을 내린다. 이 과정이 1분도 채 안 걸린다. 피에르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VAR의 영상을 판독하는 심판들도 주심과 똑같이 하루에 한 경기만 담당하고, 심판 제복을 입고 일한다"며 "VAR은 공정한 승부를 위한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축구는 VAR 도입이 경기 흐름을 방해한다는 반대도 많았지만 실시간 전송이 가능한 통신 기술 덕분에 무리 없는 도입이 가능해졌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각자의 유니폼 후면에 GPS(위치 정보 장치)가 장착된 초미세 전자 칩을 달고 뛴다. 이 장치는 선수의 이동 거리, 순간 가속도 등 초당 약 1000가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덕분에 경기당 유효 슈팅 수, 팀별 점유율 등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각 팀 주전 선수들의 체력 상태와 활동 반경 등도 상세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에도 NFC(근거리 무선 통신) 칩이 들어간다. 공의 표면을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으로 두드리면 인터넷 화면이 연결돼 공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화면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AR(증강현실) 기술도 러시아월드컵 중계에 등장한다. 미국의 폭스스포츠와 스페인어권 방송사 유니비전데포르테스는 경기 전후 유명 선수들을 AR 형태로 중계 스튜디오에 불러놓고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령 15일(현지 시각) 열리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 직전에 각 팀의 주장인 세르히오 라모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AR 캐릭터로 스튜디오에 등장해 경기를 앞둔 각오를 전하는 식이다. 앞서 미 NBC방송이 올해 2월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수퍼볼 중계에서 각 팀의 대표 선수를 AR 캐릭터로 스튜디오에서 선보여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가상 화폐 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는 2014년 미국의 경제 제재 이후 자체 카드 결제 시스템 '미르'를 개발해 쓰고 있으며 비자나 마스터카드 소비자는 큰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등 국제 공용의 가상 화폐가 공식 통화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