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모두가 하나같이 시선을 한 곳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반짝이는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었다. 그들이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읽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학생들은 오전 11시부터 도서실 소파에 앉아 옹기종기 모여 책 읽기를 시작하였다. 투표가 한창이던 6월 13일, 이날 오전 11시부터 연평중·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시작되었다.
<완독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연평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두에서 한라까지’는 학부모 동아리 ‘책·배·삶’ 동아리가 주최하는 완독 프로젝트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완독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올바른 독서 습관을 들이고, 책을 다 읽은 것에 기쁨을 느껴 독서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학생들은 간단한 간식과 학부모 동아리 ‘책·배·삶’에서 준비한 삼각 김밥을 먹으며 독서에 열중하였다. 독서를 끝낸 학생들은 통일을 주제로 한 4행시, 서평 및 독후감 등을 작성하며 독서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위장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점심' - 학부모 동아리 제공>
책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이날만큼은 친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책을 집어 들었다. 저마다 읽고 싶은 책을 들고 말없이 책을 읽는 모습은 조용하면서도, 도서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로 가득 찼다. 목소리를 낮춰 책의 내용에 대해 서로 토의를 하는 진지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 모 학생(17)은 “평소에 바빠서 책을 읽지 않아,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쉬웠다”며, 다음에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역사 속 논객의 부활]
오후 1시 30분, 추첨으로 찬성, 반대를 뽑자 학생들의 얼굴에서 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비장한 얼굴로 토론장에 착석한 학생들은 타이머의 전원이 켜지자 곧바로 준비한 의견들을 쏟아낸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들과 함께 날카로운 질문이 오고가고, 그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답을 하는 학생들은 역사 속 논객과도 같은 모습이다. 학생들은 지금, ‘통일, 끝장 토론’ 프로그램에서 ‘끝장’을 내기 위해 발언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진지한 태도로 토론에 임한 학생들>
오후 1시에 완독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행사가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과감하게 서로를 반박하는 행사, ‘통일, 끝장 토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의 2부이자 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시간으로,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생들에게서 큰 이목을 받기도 하였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각 따로 고전식 토론을 진행하며, 각각 5팀, 6팀이 토너먼트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끝장 토론을 방청 중인 학생들>
행사 전까지 약 5일 간을 논거 설정과 발언 연습에 집중하였던 학생들은 토론이 끝나자 서로 악수를 하며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통일에 경제적 이익이 있는가?’라는 논제에 대해 반대 입장에서 발언을 하였던 박 모 군(18)의 팀은 “통일하면 막연하게 이익이 있다고만 들었지만, 논거를 찾는 과정에서 통일에도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톡톡히 알았다”며 통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쉽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도 있고, 우승을 거머쥔 팀도 있었지만 이 토론은 모두에게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독한 날]
“당신은 결코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독서를 두고 워렌 버핏이 남긴 말이다. 이처럼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독서 습관이 없는 사람에게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힘든 일이다. 완독을 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학부모 책·배·삶 동아리는 책을 완독하는 경험이 적은 청소년들에게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 느끼는 보람, 책을 읽으며 지식을 얻는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완독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더불어 통일 토론까지 있어 시사 이슈의 쟁점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책 한 권을 읽은 이날은 ‘독한 날’이겠지만, 그만큼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독(讀)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