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뉴스에는 중·고등학생의 학교 폭력 사건이 쏟아졌다. 하지만 요새는 중·고등학생의 학교폭력이 아닌 초등학생의 학교 폭력 사건이 쏟아지고 있다. 초등학생의 학교 폭력 비율이 증가한 것일까?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의 학교 폭력 비율 매해 증가해
전국 17개의 시·도 교육청은 해마다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가 1월 30일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399만명 가운데 9만여 명을 뽑아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고교보다 초등학교에 학교 폭력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중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 고 응답한 학생은 3.6%로 중학교(2.2%)와 고등학교(1.3%)에 비해 많았다. "친구가 학교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비율도 초등학생(9.6%)이 중학생(7.8%)과 고등학생(5.9%)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심의 건수도 늘고 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초등학교 학폭위의 심의 건수가 2014년 2,792건에서 2017년 6,159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심각한 학교 폭력은 여전히 중·고등학생이 많이 저지르지만 증가폭과 속도는 초등학생이 더 빠르다고 나타났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실태 조사에서 제외되고 있어
문제는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중 저학년은 학교 폭력 실태조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초등학생 학교폭력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저학년들의 참여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실시 중인 실태조사 문항을 4학년 학생들도 어려워하는데 1~3학년 학생의 경우는 지문에 대한 이해 능력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학술정보원은 4학년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입장은 다르다. A 초등학교 교사는 “4학년들도 설문지의 문구를 이해하는데 어려워한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야 하는게 맞지만 1~3학년 학생들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라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을 일일이 지도하며 조사에 도움을 주기에는 업무 부담이 너무 크고, 비공개인 설문을 교사가 지도 한다면 학생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며 “저학년이라도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저학년 설문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난감해했다.
아직도 사회에서는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봐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같은 반 남학생 10명으로부터 나뭇가지로 맞아 “학교 가기 무섭다. 남자애들이 괴롭힌다.”며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자아이는 “미워서 괴롭혔다” 며 폭력 행위를 인정해 ‘학교 폭력’ 으로 제재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남학생의 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폭력 제재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숙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 단순한 놀이를 한 것’ 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학교 측은 제재 처분 중 일부를 취소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났음에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장난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자세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학교 폭력 실태 조사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숙해 설문지 지문에 대한 이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문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분석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맞춤형 문항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이해도만을 탓할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학교 폭력은 한 사람의 일생을 파괴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사회는 학교 폭력이 근절되기 위해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배나현 기자. qoskgus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