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부터 사회까지 문과 조롱 분위기····
대학가를 넘어 사회에 곳곳이 있는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향한 이런 비하의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졸 구직자들의 취업난 속에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향한 조롱과 편견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교육개발원이 2016년도 2학기·2017년도 1학기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해 펴낸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계열별 취업현황'에 따르면, 인문계열(언어·문학·인문과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56%, 사회계열(경영·경제·법률·사회과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2.6%로 전체 졸업자 평균인 66.2%에 못 미쳤다. 반면 공학계열 졸업자 취업률은 70.1%, 의약계열은 82.8%로 평균을 웃돌았다.
이런 현실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같은 자조 섞인 유행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문레기(문과+쓰레기)' 등으로 비하 의미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25살 전 모 씨는 "얼마 전 공대에 다니는 지인이 '문구논'(문과의 90%는 논다)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며, "문과생을 공부나 노력을 덜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장난으로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취업 불안감 속 열세집단 공격하며 안도하려는 심리"
전문가들은 대학가에서 문과생들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풍조의 배경에는 청년 취업난에서 오는 불안을 특정 대상에 대한 공격으로 해소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말한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문계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많은 대학생이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집단을 공격해 안도감을 느끼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교육부와 대학, 학생 모두 정규직 취업을 지상 목표로 삼다 보니 같은 대학 안에서도 취업률을 매개로 한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되고, 오히려 유머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